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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평가서의 비밀

등록자 mj7242 등록일 2008/04/13 00:28 조회 9309

현황평가서의비밀

강북구 수유동일대가 재개발 된다는 이야기가 솔솔 들리고 경전철이

확정되자 이 지역에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경매낙찰가도

오르기 시작하였다.

감정가 1억짜리 빌라가 2005년도 만해도 두 번 유찰되어 7000만원이면 낙찰을 받았는데

이젠 감정가에서 더쓰고 낙찰을 받다보니 낙찰가가120%를 넘어서고 있을 2006년 11월

나는 경매 물건을 검색하다가 이상하게 감정가9500만 원짜리가 64%까지 떨어져 6천만 원에

나온 빌라가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해서 유심히 살펴보았더니 집행관이 조사해서 보고한

“현황평가서”에는....

“무당집이며 무당인 소유자가 자궁암으로 투병중”이라는 내용이 나와 있었다.

나는 그 다음날 그 경매물건 주소지에 갔더니 역시 3층인 빌라창문에는 “절”마크와

대문에 깃발이 꽃혀있는것이 아닌가?

바로 옆집에 있는 야채가게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다고 하면서

야채가게 아주머니는 무당아주머니가 오래 살지는 못할 거라고 하면서 그 무당이

아프기 전엔 얼마나 “용”했는지에 대해 한 시간 동안이나 말씀해주신다.

“장군보살을 모신 무당집”

“자궁암으로 투병하는 무당”

무언가 찝찝해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 되돌아오려는데....

어떤 젊은 여자의 부축을 받으며 그 집으로 들어가는 병색이 완연한 늙은 노파와

눈이 마주쳤다.

“흡칫” 가슴이 쿵쾅거리다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 내스스로의

깊은 곳에서 어떤 울림이 들렸다.

“쫄지 마”

그리고 나는 3층의 계단을 올라가는 그 두여 자를 보면서 고심을 하다가 명도에서

힘들 것을 각오하고 입찰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현황평가서”는 집행관이 법원의 명령으로 경매사건이 진행 되는 곳을 방문하여

입찰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현황내용을 조사하여 보고한 것이다.

세밀한 부분도 다루기도하지만 대부분 형식적으로 세입자현황이나

채무자나 소유자를 만나서 들은 이야기 그리고 현장에 대한 내용들인데

가끔은 입찰자들의 고개를 돌리게 하는 내용도 있다.

이 물건에서 나오는 내용처럼 “무당집”이라거나 소유자인 무당이“자궁암”

으로 투병중이라고 세세한 부분을 “현황평가서”에 기록하게되면 초보 입찰자들은

이러한 물건에 입찰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고수들은 이러한 물건에 입찰을 하여 수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즉 초보자들은 명도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거나 낙찰받은후 소유권이전하기까지 과정이

복잡한 물건들은 입찰을 하지 않고 명도가 쉽거나 권리관계가 쉬운 물건에 입찰을 하다

보니 경쟁률도 세고 낙찰가도 높아서 초보자들은 수익을 얻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나는 “현황평가서”에서 보고된 내용에 이렇게 초보자들이 피하게 하는

내용이 나오면 관심을 갖고서 파고드는데 수유동빌라는 그동안 내가 기다려왔던

물건이기에 입찰을 하기로 한 것이다.

입찰일....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많은 5명이 입찰에 참가하였고 최저매각금액인

6000만원보다 883만원을 더쓴 내가 낙찰을 받았다.

나는 낙찰을 받은지 한달정도 지나 잔금을 치루기 일주일전에 그 집을 방문하였다.

한손에 음료수박스를 들고서 초인종을 누르자 대답이 없다.

3시간정도 그 집 앞에서 기다렸더니 입찰하기 전에 무당아주머니를 부축하면서

스쳐지나가던 여자가 그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는 곧바로 올라가서 초인종을 누르니

문은 열어주지도 않은 채 차가운 말이 쏟아졌다.

“누구야”

“네 낙찰 받은 사람입니다”

“가요”

“잠깐 뵙고 말씀 드릴 것이 있는데요.

“가라니까!!!”

씩씩거리며 고함을 치는 소리를 뒤로한 체 나는 그 집에서 돌아서야만했다.

지금 만나서 이야기해보았자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 집 앞에 있는 야채가게 아주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무당아주머니는 사경을 헤매고 계시고 내게 소리를 치던 여자는 무당아주머니의

수양딸 이라는 것이다.

낙찰 받은 집을 찾아갔다가 되돌아 온지 1주일 후 나는 4000만원을 농협을 통해

융자를 받아 잔금을 치른 뒤 또다시 낙찰 받은 집으로 향했다.

그 집을 들어가기 전에 야채가게에 들렸더니 무당아주머니가 어제 돌아가셨다고

하셔서 빈소가 어딘지를 물어보니 00 병원 장례식장이라고 하셔서 나는

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니 다른 곳은 사람들이 북적 이는데 딱 한곳....

무당아주머니 빈소엔 소복을 입은 수양딸만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 빈소에 들어서니 수양딸은 나를 알아보는지 얼굴을 찡그린다.

그러나 나는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영정사진을 쳐다보는데 나도 모르게 통곡을

하고 말았다.

얼마나 불쌍한지 얼마나 안 되었는지....

자기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처럼 통곡을 하며 울자 그 옆에 있던 수양딸도 같이 통곡을

하며 우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10여분을 울고 난 뒤 수양딸과 맞절을 하고 부의금봉투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상심이 크세요,,,, 집 걱정은 하지마시고 장례나 잘 치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중에 안정이 되시면 이 명함에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주세요“

그리고 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뒤 돌아 나오는데 수양딸이 쉰 목소리로....

“연락드릴게요.... 고맙습니다. 라고 말을 하는데 이 말을 들은 나는 그 자리에서

그 수양딸과 함께 빈소를 지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새벽2시까지 빈소 옆에서 서성거리기만 하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3주정도 지났을까...수양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는데

낙찰 받은 집으로 오라는 것이다.

낙찰 받은 집에 도착하니 수양딸은 다소곳하니 어느 시골처자처럼

나를 반긴다.

맛있게 타준 커피를 마시며 장례를 치른 뒤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장례를 마치고 곧바로 굿을 해주었는데 굿을 하는 동안 혼령이 너무 슬퍼해서

많이 힘들었다고...그리고 낙찰 받은 집에 있는 물건들을 혼령이 달라 고해서

집안에 있는 물건들을 전부다 태워버렸다고....

그나마 덩그란히 남은 농짝만 동사무소에 가서 수거용 스 티거 를 붙여 놓았는데

무거워서 밖에 내놓지 못했다고 그 농만 치우시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서는 큰방에 있던 제수 상을 치우고 제수 상 가운데 있던 부처님을 노란보자기로

싸더니만 한참을 통곡을 하는데 차마 그 옆에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명도를 마쳤는데 한동안 나는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무언가 홀린 기분만

들고 그렇게 떠난 수양딸대신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그 집에 들어갈 것 같아 나는

그 집의 출입문 키를 바꿔버리고 집안에 향내가 진동을 하여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하였는데 다행히 리모델링을 하는 도중 임차인이 나타나 보증금2000만원에 월세40만원에

계약을 하였다.

이제 수유동빌라를 낙찰 받은지 1년 반 정도 지나가는데  현시세가 1억5천을 넘는단다.

이번 수유동 빌라는 “현황평가서”를 활용하여 수익을 올린 대표적인 사례인데

가끔 이렇게 명도에 어려움이 예상되어 피하게 되는 물건에 입찰을 하면 생각보다

명도가 어렵지 않게 풀리는 경우가 많은 것을 초보자들은 모를 것이다.

“명도”를 어렵다고 보지 말고 피하지도 말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로 풀면

어렵지 않게 풀린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리면서 이만 펜을 놓는다.

그동안 “현황평가서”의 비밀을 읽어주신 회원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야생화(배중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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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an223 (220.85.xxx.254) 2008.04.25 16:11

좋은 입찰 수기 감사드립니다...

okh2030 (211.235.xxx.39) 2008.05.29 13:22

축하드리며 많은거 배우고 갑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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