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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화이팅
등록자 mjauction 등록일 2008/05/09 19:29 조회 9558
할아버지 파이팅!

인천지방법원 2007타경 12***호 대지94평 건평280평 목욕탕

감정가 6억6천만 원

위 물건을 잘 아는 분이 낙찰을 받게 해달라고 의뢰가 들어왔다.

나는 그분의 부탁을 받고 현장으로 갔더니 목욕탕은 영업을 안한지 오래되어

보였고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몇 번을 걸쳐 현장을 가보았더니 재건축을 추진하려고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서는 시행 사를 방문을 해보았더니 곧 시행을 할 것 같은

확신이 섰다.

그래서 의뢰인에게 재건축 추진사항을 말씀드리고 최저가인 4억6천만 원에서

6000만 원 정도 더 써서 5억2천8백 정도에 입찰을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했더

니 의뢰인은 무조건 알아서 하란다.

사실 무조건 알아서 하라는 말이 더 무섭다.

그래도 10년간 내게 경매를 의뢰해서 낙찰 받은 물건 모두가 많은 수익을

주어서인지 몰라도 이분은 그냥 내게 무조건 맡긴다.

그런데 5억2천8백만 원에 입찰을 하여 낙찰을 받았는데 차순 위와 약5000만

원 정도 차이가 났다.

미안하고 송구해서 고개를 못 드는 내게 그분은 내 어깨에 손을 얻으며....

“허허허 배 이사님! 5000만 원짜리 떡 사먹으니 5억은 벌겠죠...”

라고 말하며 웃는다.

나는 너무 미안해서 무료로 해드리려 생각했는데 입찰 받은 날 내 통장에 사례

비를 넣어 준 것이 아닌가?

사실 낙찰만 받아주고 명도과정은 안하려고 했는데 돈을 받았으니 안 할 수도

없고 하자니 명도과정은 오래 걸릴 것 같고...

진퇴양난에 빠졌지만 그동안의 고마움과 정을 생각해서 나는 낙찰 받은 물건

명도과정에 참여하였다.

잔금을 낸 후 낙찰 받은 목욕탕에 찾아갔더니 목욕탕 주인 이신 할아버지가

겨울인데도 가스가 끊겨 얼음장 같은 방에 이불을 깔아주면서 앉으라고 하시

더니 대뜸 내손을 잡는다.

그러고는 내손 이곳저곳 을 작은 막대기로 눌러보더니 간과 콩팥이 나쁘다고

하시면서 수지침을 놓는 것이 아닌가?

명도 때문에 간 사람에게. 아니 자신의 집을 낙찰 받은 사람에게 이 할아버지

는 수지침을 놓아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렇게 경매를 당한 사연과 자식들하고 인연을 끊고 지내다

보니 형편이 어려워 내가 해줄 것은 이것 밖에 없다고 하시면서 귀침도 놓아

주시고 뜸도 놓아주셨다.

그렇게 수지침을 맞고 난후 내가 찾아온 이유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이사

계획에 대해 여쭤보니 한숨을 쉬면서 “어디 갈 데가 있어야지....”

참 남감 한 말씀이다.

몇 번에 걸쳐서 차근차근 말씀을 드렸지만 “죽고 싶다”는 말씀과 “대책이 없

다”라고 하시면서 내게 방법 좀 일러 달란다.

그렇게 답이 안 나오는 이야기만 주고받다가 그날은 아무 소득도 없이 돌아와

야 했다.

어렵고 딱한 처지가 안 돼 보여 의뢰인이 제시한 300만원의 이사비용을 어렵

게 500만원 까지 올려놓고 다시 목욕탕으로 찾아갔더니 그날은 수지침은 안

놓아주시고 포도농사 짖는 법만 말씀하시면서 작년에 따놓았다는 운전면허증

을 보여주시면서 날씨가 풀리면 자기 고향 쪽으로 내려가서 포도농사를 짖고

싶다고 어린이마냥 수줍게 웃으면서 삶에 의욕을 보이신다.

나는 너무 기뻐서 이사비용을 500만 원 정도 드리겠다고 했더니. 그 돈 같고

는 전세방 보증금 밖에 안 되니 이사하면서 쓸 비용과 똥차라도 한 대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하신다.

어렵게 이사비용을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렸는데 또 어떻게 1000만 원

정도까지 올린다 말인가?

자꾸 의뢰인에게 잘 말씀 드려보라며 자기가 포도농사를 지어 첫 수학물이

나오면 내게 보내준다고 하시면서 내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시는데 웃어야할

지 울어야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

또 그렇게 말 한마디 못해보고 돌아와서는 의뢰인에게 할아버지의 말씀을

전했더니 의뢰인은 노발대발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집행관 사무실 에 가서 “강제집행”신청을 하였더니 담당

집행관이 현장에 나와 280평 전체를 강제 집행하는 비용으로 700만원을 제시

한다.

꼭 이사 짐 센터 직원에게 견적을 받는 기분은 무얼까?

700만원으로 강제집행을 할 것인가?

1000만원으로 이사비용을 줄 것인가?

몇 번을 걸쳐서 이야기 했지만 의뢰인은 예전과 다르게 움직이질 않는다.

내전 화를 가슴조이며 기다리는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답답하고

그렇다고 내 돈으로 줄 수는 없고

그런데 의뢰인하고 이야기 하다 보니 그분은 내가 명도를 잘 마치면 수고

비용을 주려한다는 말씀에 나는 거절을 했다.

그리고 그 돈을 이사비용에 보태서 주면 안 되겠냐 고하니 그래도 되겠냐고

하신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그렇게 원하셨던 이사비용1000만원을 주기로 해서 나는

오늘 할아버지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이제껏 강제집행을 안 해보려고 발버둥 쳐왔던 10년간의 지난 일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지나가고 경상도에 가셔서 포도농사를 지으시면서 마을 할아버

할머니에게는 수지침을 놓아주면서 봉사를해주실 할아버지의 밝은 모습이

떠올랐다.

할아버지 힘내시고 파이팅~~

야생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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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leec  (58.xxx4xxx.xxx.249) 2008.05.13 23:00
내용이 짜임새가 있고 공부를 많이한분이여
감동적이었어요 ^^
soon9236  (125.184.xxx.156) 2008.05.14 12:13
야생화님 지금것 해오신것 처럼 앞으로도 강제집행없이 했으면 하는 저 바람입니다 저도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거든요
asemansa  (221.145.xxx.45) 2008.05.17 12:23
처음방문했는데 감동했습닏.제는 인정사정없는 삭막한 경매세계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분이 있어 참 세상은 아름답게 느껴집니다.계속 성공하시고 화이팅 하십시오.
ys0808lee  (211.210.xxx.137) 2008.05.29 13:07
참 잘하셨네요 박수를 보냅니다..
jnk9788  (58.121.xxx.185) 2008.05.31 13:33
같은 길을 가는사람으로서 야생화님의 약자에 대한 배려가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도 좋은일 많이하시기 바랍니다.
boudole  (121.180.xxx.12) 2008.11.16 12:29
경매세계는 인정사정 볼것었는 그야말로 냉정 그 자체인줄 알았는데 아니군요.마음 씀씀이가 동질감이 느껴지네요.건승하길 바랍니다.
lonehunter  (220.75.xxx.79) 2008.12.18 11:37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7oBKe  (118.218.xxx.52) 2008.12.3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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