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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청년의 몸부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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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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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Mn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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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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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22 2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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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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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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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행복했던 순간
2005년 여름 중국 일조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한 후 인천으로 향하는 배에 피곤한 몸을 실었다. 피곤해서인지 잠깐 잠이 들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린다.
“이사님, 저 만일이에요. 언제 한국에 돌아오시나요?”
“응 오늘 배를 탔으니 내일 오전에 인천에 도착할 거야.”
“그럼 마중 나가겠습니다.”
항상 밝고 환한 웃음으로 대하는 제자 만일이를 떠올리니 내 입가에도 미소가 돈다. 못난 스승이 한 달이 멀다 하고 중국 일조교회에 가서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것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이렇게 일주일 정도 떨어져 있어도 건강을 염려해서 전화로 몇 번씩 안부 인사를 하던 만일이였기에 나 또한 무척 보고 싶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배에서 내려 인천항 터미널에 도착하니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만일이 혼자 온 것이 아니었다. 만일이가 옆에 있던 누군가를 소개시켜 주었다. 그 사람은 서글서글한 말씨로 자신을 소개하는데 만일이가 나를 만나 경매에 입문하기 전에 다녔던 현대백화점 직원이며 지금은 만일이와 친구로 지내는 ‘오성호’이란다.
무거운 가방을 차에 싣고서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이동하는 줄 알았는데 차가 인천을 빠져 고속도로로 접어들기에 내가 물어 보았다.
“아니 근처에서 점심을 먹지 어디로 가냐?”
“아, 말씀 안 드렸구나.”
“이 친구가 조만간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전세금이 부족해서 방을 구하지 못하고 있길래 경매로 해보라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물건을 하나 봤나 봐요. 이곳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으니 이사님이 한번 살펴주셨으면 해서요.”
그럼 그렇지～ 어쩐지 둘이 같아 왔더라니.
도착한 곳은 서울시 양천구 화곡동이었다. 차 안에서 대충 물건에 대해 설명을 듣고 내렸더니 동행한 성호가 앞장을 선다. 앞서 걸으며 주변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벌써 수십 번은 와 봤는지 동네 시세며 주변 환경, 교통, 전세시세 등등 내가 알고 싶었던 정보를 정확하게 읊는 것이었다. 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아～ 이 경매 물건의 주인은 당신이군요!
감정가 8,000만원에서 시작한 빌라가 두 번 유찰되어 최저가는 5,120만원.
2003년 보존등기 대지 8평, 건평 18평, 방 3개, 거실 겸 주방.
3년 전부터 백화점에서 사귀던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하려는데 부모님이 결혼 전세금으로 주신 4,000만원으로는 서울 어디에서도 전세를 얻지 못하여 고민하다가 만일이에게 이야기했고 만일이는 자신의 스승에게 이렇게 부탁을 하게 된 것이다.
임장을 마치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근처 식당에 들어갔을 때 갑자기 성호가 내게 무릎을 꿇는다.
“도와주십시오. 4,000만 원 가지고는 방 2개짜리 전세 얻기도 힘이 듭니다. 제가 외아들이라 부모님께 더 이상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나 절절한 그 말에 나는 흔쾌히 허락을 하고 입찰 예정가를 알려주었는데 그 가격이 5,340만원이었다. 그리고 함께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다음 날 회사에 출근을 해서 밀린 업무를 보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화곡동 물건밖에 떠오르지 않아 몇 번 더 입찰 예정물건지인 화곡동에 가서 더 자세한 조사를 하였다.
시간은 흘러 입찰 하루 전날. 나는 성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호야, 내가 사례비는 안 받을 테니 200만 원만 더 쓰자.”
아무리 생각해도 입찰 예정인원이 10명을 넘을 것 같았고 누군가 5,500만원을 넘길 것 같아 며칠을 고민하다가 이렇게 전화를 건 내 마음을 알았는지 성호는 이사님의 말씀에 무조건 따르겠단다.
입찰일.
소신껏 입찰가격을 적어 집행관에게 제출하고 경매법정 밖을 나오는데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만큼 밤새 걱정을 해서일 것이다. 서른 살 청년의 몸부림…. 나는 그 몸부림을 너무도 잘 알기에 성호가 꼭 낙찰 받기를 기도했다.
개찰 시간이 되어 웅성웅성거리는 사람들을 헤집고 경매법정 안으로 들어서자 때마침 우리가 들어간 경매물건을 호명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입찰가를 불러 가는데 5,520만원을 부르자 누군가 뛰어나간다.
아, 5,500만원을 넘겼구나.
누군가 5,500만원을 넘길 줄 짐작은 했지만 다리가 떨리고 숨이 가빠온다. 옆에서 함께 지켜보던 성호는 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그때 우리가 입찰한 5,534만원을 집행관이 부르자 결혼을 할 때 신랑이 만세를 외치는 것처럼 너무도 큰소리로 “네.” 하며 달려 나가는 성호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나머지 두 명을 더 호명했지만 모두 우리보다는 적게 입찰가를 적어 집행관은 성호의 주소와 이름을 다시 한 번 부르며 최고가 매수인임을 선포하자 들뜬 성호가 나를 쳐다본다.
입찰을 하기 전에 내가 그렇게 신신당부하면서
1. 법대에서 나를 절대 쳐다보지 말 것
2. 손으로 V자 그리지 말 것
3. 히죽히죽 웃지 말 것
을 알려주었건만 낙찰 받는 그 순간 내 말을 잊었는지 성호는 연신 웃음을 내게 날린다.
입찰금 영수증을 손에 들고 나온 성호와 남부지방법원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성호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 친구에게 휴대폰으로 낙찰 받은 소식을 전하고는 내게 전화를 바꿔 준다.
전화기에서 어느 여자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사님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사님은 우리의 은인이십니다.”
전세금 4,000만원을 가지고 서울 지역의 전세를 찾아 몇 날 며칠을 함께 다니며 알아보았지만 턱없이 높은 전세금 때문에 주저앉으려 했던 여자, 그 여자가 울고 있는 것이다. 전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던 어느 여자의 울먹이는 감사인사를 받을 때가 경매에 입문하고 나서 7년 동안 일해 오는 중에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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